오후 3시에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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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이름난 김 지곤(29. 신문방송학과 02학번) 씨는 단 몇 편의 작품으로 부산 구석구석을 들여다 본 기분이 들게 한다. 멀티플렉스 극장에 밀려나 도로 확장 공사를 위해 허물어져 가는 오랜 동시상영관과 아파트에 밀려난 골목길에 주목했다. 그 끈질긴 시선의 끝에는 현실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척 하는 ‘영화’를 품은 ‘극장’과 우리의 ‘삶’을 품고 있는 ‘골목길’을 통해 ‘진짜 현실’을 드러낸다. 최근 더욱 다양한 분야로 발을 뻗어나가고 있는 자랑스러운 효민인 김 지곤 감독을 만났다. 오후 3시에.

 

 

- 3월에 있었던 연극 <쓰레기 재활용 되다>는 기존에 있던 작품으로 알고 있다. 이번 공연부터 참여했는데,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 번도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어서… 연기도 배워볼 겸. 항상 연출자의 입장에 있다가… 뭐, 무대에 서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고, 또 친구이자 주연배우가(부산 MBC 두남자의 만국 유람기 김 근수 씨) 연극을 하고 싶은데 배우가 없다고 해서 하게 됐다(웃음)

- 오, 흔쾌히?

아니 뭐… 별거 아니라 길래 했는데… 허허. 아-주 열심히 연습 했다.

- 주위 반응은 어땠나?

연극 자체가 형식을 깨자는 뭐 그런 거라, 예상 외로 더 보기 편했다는 반응도 있고, 연극만의 ‘톤’에 익숙한 사람들은 좀 ‘다른’ 느낌이 들었다고 하더라. 그래도 다들 재미있었다고 해주고 관객도 꽤 와서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된다.

- 영화와 연극이라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작업을 했는데, 영화와 연극에 있어 ‘관객’의 다른 점을 느낀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지

보통 사람들 생각이, 연극하는 사람들은 관객을 직접 바라보면서 하는데 영화는 카메라 렌즈를 보고 가상의 관객이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는 거니까, 호흡 같은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고. 영화 연기는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연출자의 입장에서 내가 배우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고 지시해야 하는 지를 좀 알게 됐다.

- <쓰레기 재활용되다>를 통해 연기도 직접 했다. 연출과 연기 두 가지 다 맛본 뒤 느낀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차이… 정도? 연극은 관객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요즘의 연극은 굉장히… 소셜 커머스 같은 것들이 많아지면서 소위 ‘싼 맛’에 보러 온 사람들도 많고, 반응이 별로 없다. 초대권을 그래서 안 뿌렸는데, 휴대전화 벨소리만 들려도 집중이 온통 깨지니까. 또 상대 배우 컨디션이 별로면 그날그날 바뀌고, 그런 것들? 연극은 매일, 매번 다르니까. 영화는… 관객 마다 다 성향이 다르니… 영화의 첫 관객은 나다. 내가 만들고 내가 처음 보는 거니까.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시작 같은. 장 뤽 고다르가 예전에 자기 영화 후에 GV(감독과의 대화) 중에서 사람들이 “당신은 언제쯤 이면 대중을 위한 영화를 만들 것이냐-”고 물었더니 “대중이 누굽니까”라고 반문했다는 것이 굉장히 와 닿았는데… 사실 대중이 누구야? 대중은 없지 않나?

- 그간 작품들을 통해 국내·외 영화제에 자주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 관객들은 영화를 어떻게 보던가?

일단 뭐, 대사도 자막도 없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존중해서 보려는 느낌? 그런 작품 스타일이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는 흔할 수도 있는데, 그 안의 장면들… 동양의 거리와 극장의 모습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니까. 이해가 되지 않았겠지. 그런 멋진 극장이 없어지는 것이. 뭐 화재가 나서 그런 거 아닌가라고 상상하던데, 실질적으로는 도로를 넓히기 위해서 시에서 없앤 것이라고 말하면 다들 굉장히 놀래고. 왜냐면 내가 파리에서 상영했을 때는 그 극장이 110년 정도 역사를 가진 극장이었는데, 한국의 삼일극장 같은 경우는 6.25 당시엔 피난처로 쓰이기도 했고, 영화 <친구> 때문에 유명해지기도 했고, 고작 도로확장 대문에 없어진다는 게 이해가 안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서 극장이라는 존재가 서점보다는 문화를 형성하는데 더 적은 부분을 차지했나 싶기도 한데 부산에서, 또 반면에 부산국제영화제도 있는데, 부국제의 소비적인 면들이 더 부각되어 가는 것 같아서 좀 아쉽기도 하고. 또 서점. 부산에 있는 향토서점들이 없어져 가는 것 때문에 뭐 시에서도 토론회나 대책마련 뭐 여러 가지 시급함을 알기도 하던데 삼일극장이 없어졌을 때는 전혀 뭐‥ 이야기가 없었다. 그런걸 보면 극장이라는 게 부산이란 곳에서는 서점보단 좀 더 접근성이 떨어지나 싶기도 하고‥

-<낯선 꿈들>, <오후 3시>의 주 소재가 되는 ‘동시상영관’에 주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처음엔 백발의 70대 영사기사 아저씨와 성인 영화관에 주목했다. 그러다 서서히 영화관이 눈에 들어왔다. 부산국제영화제 때는 그곳이 잠시 눈길을 받다가도 끝나면 아무도 찾지 않는 그런 소비적인 문화를 알게 되었고, 삼성극장의 경우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개관 당시의 위치와 이름과 모습을 갖고 있다. 그런 극장이 언제 없어질지 모르니까. 일단 가서 찍어보자, 뭔가 기록을 해봐야겠다는 생각? 그래서 하게 된 것이<낯선 꿈들>이다. 찍다보니 극장과 골목길을 한번 연결해보자 싶은 생각이 들어 나온 것이 <오후 3시>이고.

- 당신의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낯선 꿈들>할 때는 대학원 다닐 때라 일단 제일 먼저 지도교수인 양 민수 교수님(신문방송학과 학과장)께 보여줬는데 내가 학부 때 만들어 갔을 때랑은 달리 처음으로 “이거 좀 더 이야기를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 이거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 싶었다. 다 만들고 나선 너무 어렵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었고 예상 외로(?) 대단하다는 사람도 있었고(웃음) 사람마다 시각이나 취향이 다 다르니 어떤 영화제에선 1차 예선에서도 떨어지고 어떤 데선 뭐 천 편 중 백 편에 꼽히기도 하고‥ 처음에 영화를 만드는 학생들이 공모에 떨어지면 힘이 빠진다. “아 안됐구나.” 상실감이 든다. 근데 결코 그게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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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자극적인 한국영화가 많다

뭐 일단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니까. 우리 현실이 어떤지 보여주면‥ 영화 보는 흐름은 돌고 도니까 감독들이 각자의 세계나 색깔을 꾸준히 갖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관객이 당신의 영화를 어떻게 봤으면 하는 가

맞고 틀린 건 없으니까. 자신 만의 기준을 가지고 편견 없이 봐주길 바란다. 영화를 볼 때 제일 안 좋은 방법이 뭔가를 단정지어놓고 보는 거라 생각한다. 예컨대 소 한 마리와 할아버지를 갖다놓고 아 슬프겠지? 하고 찍으러 갔는데 하나도 안 슬퍼. 잘 지내 소랑. 그럼 그걸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서 억지로 막‥ 연출이 들어가고. 다큐멘터리에서 뭐 편집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연출은 있지만 촬영에 있어서 뭔가를 지시하고 이러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건 볼 때도 만들 때도 안 좋은 것 같다.

- 차기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는가?

작년부터 1년 3개월 정도 산복도로 할머니들을 촬영 중이다. 그 다음엔 부산의 음악 다큐멘터리인데 자신들만의 밴드나 그룹사운드로 활동하시던 5,60대 아저씨들인데, 아직 음악의 꿈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분들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라이브하우스 이런 데서 연주하는 사람들이 연주를 뭐 얼마나 하겠냐고 단정 짓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 주변의 실력자들. 생활 속의 장인들을 다룰 예정이다. 실제로 보면 연주도 아주 잘한다. 깜짝깜짝 놀랜다. 60세 아저씨가 산타나 노래 연주하고 그러는데, 남해 시골 어디더라? 거기서 산타나 연주하고, 라이브하우스에서 홍어 팔고 그런다(웃음)

- 국도가람예술관에서 다큐멘터리 수업을 진행한 걸로 알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큐멘터리 수업을 했다. 지금 모교인 동의대 신문방송학과에도 강의를 나가고 있지만… 우리 학생들이 반성을 많이 해야 된다. 그분들은 다 생업이 있는데도 열심히 하신다. 학교 강의 때도 늘 얘기한 거지만 짧은 시간에 사회를 비판한다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밖에 안되니까. 관심 있었던 소소한 가족이나 사회이야기를 다루길 바랐는데, 예컨대 국도 수업에선 마흔 중반의 한 여자 분은 자기 딸에 대해 다루었었고… 그 분도 취미로 시나리오를 쓰다가 막상 영화의 첫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려워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했었다.

- 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는 작품들을 꾸준히 하고 있다. 아예 르포성 다큐를 해볼 생각은 한 적 없나?

나한텐 이게 맞는 것 같아서. 난 그냥 하나의 장면에서 사람들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설명해주고 이런 것들, 어차피 영상을 보면서 알 수 있는 건데. 예를 들어 철거 현장의 마을을 다룬다고 하면 집을 때려 부수거나 망치질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내 생각엔 집이 사라지고 난 그 자리 그 빈터에 비가 떨어지는 걸로도 그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차인 것 같다. 그곳이 뭐 어떻게 변화되고 그런 건 인터뷰를 통해서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내 목소리를 낸다는 게 내가 연출을 해 촬영한다는 걸로도 그 뜻이 전달되는 거 아닌가 싶다. 자막이나 내레이션이, 또 설명이 들어가면 그 장면들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없어지니까. 그런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계속 이렇게 만들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이 갑자기 디 워 같은 걸 만들 순 없지 않나?

- 영감을 주는 예술들엔 어떤 것들이 있나

가장 처음에 영향을 받은 것은, 양 민수 교수님이 해 주신 말씀에 안에만 있지 말고 바께 나가서 세상을 많이 보라는 거였다. 버스 창문의 프레임이 영화 프레임처럼 네모나지 않나. 그걸 보는 연습을 아침 저녁 학교 오가는 길에 매일 했다. 영화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두 번 본 거. 월터 살레스 감독의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 그리고 프랑스 화가 폴 세잔의 그림들. 최근에는 오지 야스치로 감독의 <늦봄> 정도? 결국 학생들에게도 이야기 했지만 정말 일상적으로 아침에 일어난 엄마의 뒷모습. 술 먹고 집에 들어가다가 보는 신문 배달 아저씨의 뒷모습 같은 거. 이런 장면은 흔한 일상 같지만 영화에서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한 장면이지 않나. 간절히 뭔가를 찍고 싶고 그런 것보단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야구를 보듯이(웃음) 그렇게 시작 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러려면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 사랑도 많이 하고 차이기도 하고 짝사랑도 많이 해야겠지. 나처럼? CC(캠퍼스 커플)도 많이 해보고 많이 차여서 헤어진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와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을 다 잃은 느낌도 느껴보고. 연애를 안 하더라 요즘. (할 건 다 하지 않느냔 말에) 음… 모든 예술의 시작은 이성에 대한 관심인데…

- 우리 학교만 해도 영화학과를 비롯해 영화감독의 꿈을 꾸는 학생들이 많다.

요즘은 대학생 영화제도 많고. 시간을 내고 내 영화를 보러 와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감독 아닐까. 많이 느끼고 생각하고, 우선 찍어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너무 막 찍어내기 보단‥ 참 어려운데. 얼마만큼 고민해서 만들어야 되나. 그 정답도 없고 내 스스로 만들면서 배우고 계속 찍으면서 발전하는 거니까 긍정적 마인드로 끝까지 완성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부산에서 영화를 찍고 있다면, 부산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들을 다루는 게 훨씬 더 가치 있고 스스로에게 도움 되지 않을까. 단적으로 서울엔 인력도 장비도 더 많지만 나 같은 경우도 대단한 장비를 쓴 것도 아니고 그냥 학과 장비에 내 개인 노트북으로편집한 거다. 부산에서 내가 이 시점에서 나만이 다룰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 더 의미 있고 그렇게 되면 부산의 영상들도 더 풍부해지고 부산의 삶도 알려지고‥ 좋지 않을까 싶다.

- 후배 대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스펙스펙-하는 세상이다 보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 해야 되는데 토익은 재미없고 어학연수 갈 돈은 없다. 막상 영상을 해봤는데 안 맞을 수도 있는 거고. 뭐든 시도 해보는 것이 좋다. 지방에서 시작하는 거지만 이곳에서 살릴 수 있는 메리트를 모조리 끌어올려보는 것도 기회가 되겠지. 책 많이 읽고 영화 많이 보라는 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거기서 답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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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곤 Kim Jigon>

 

Biography

-1983년 부산 출생

-2010년 동의대학교 대학원 언론광고학과(신문방송전공) 석사과정 졸업

2006년 동의대학교 인문대학 신문방송학과 졸업

-現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출강

Filmography

낯선 꿈들 (Unfamiliar Dreams) (2008)

- 제 13회 브라질 국제 학생 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 Express Poetic Awards 수상

- 제 10회 메이드인 부산 독립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 제 9회 인디다큐 페스티발 ‘국내 신작전’ 초청

- 2009 부산 아시아 단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9 (CinDi 2009) ‘한국 단편 경쟁 부문’ 초청

- 2009 파리 한불 영화제 ‘셀렉시옹2009 단편경쟁 부문’ 초청

길 위에서 묻다(Life on the line) (2009)

- 제 14회 브라질 국제 학생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 초청

- 2009 제4회 삿포로 국제단편영화제 특별부문 ‘홋카이도 셀렉션’ 초청

오후 3시 (At 3p.m) (2009)

- 제 15회 브라질 국제 학생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 초청

- 제 35회 서울독립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 초청

- 2009 메이드인 부산 독립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 제 10회 서울 뉴미디어 페스티발 ‘본선 구애전’ 초청

- 2010 파리 한불영화제 ‘셀렉시옹 2010 단편경쟁 부문’ 초청

- 제2회 오프 앤 프리(off and free) 영화제 초청

프로젝트 전시

- 2009년 극장전 프로젝트, 삼성극장, 부산

- 2011 발굴의 금지, 풀, 서울

옴니버스 영화제작

- 2010 제 10회 인디다큐 페스티발 옴니버스 개막 영상 중 ‘만남’ 제작, 감독.

- ‘아파트 사람들’ - <71번 종점> (각본, 감독) (2010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생활문화 공동체 만들기 시범사업 지원 작)

연극

- 2011 <쓰레기 재활용되다> (주연배우), 사랑과 혁명 소극장,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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