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부지·간이역 호시탐탐 개발 노려…공공예술 접목한 공원으로 활용해야

 

동해남부선! 시 제목 같다. 시처럼 아름다운 철길이 동해남부선이다. 바다를 품고 달리는 기찻길은 하나의 엽서다. 방파제 사이로 해가 뜨고 배들이 출항할 때도, 달과 별이 바닷속에 잠길 때도 동해남부선 기차는 1934년 이래로 달려왔다.

부전역에서 출발하는 동해남부선은 해운대역과 송정역을 거처 동해안의 크고 작은 정다운 간이역을 지나 포항에서 끝난다. 이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누가 뭐래도 해운대역에서 송정역 사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굴곡의 기찻길은 그 길만으로도 아름답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이 철길은 해운대에서 바다로 질주하다 살짝 비켜 청사포를 거처 구덕포로 빠진다. 이제 이 구간에는 기차가 다니지 않을 것이다. 동해남부선의 복선화 공사로 11월 말이면 이곳은 폐선이 된다.

그 길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우동역-해운대역-송정역-동부산관광단지까지 11.3㎞다. 이 폐선 부지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물질적 소유에 눈먼 관광자원 시각과 해운대역 주변 공간의 상업지구화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들어설 관광리조트로 인한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해운대역에서 미포까지 왕복 4차선 도로를 만들겠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려온다. 동해남부선은 평범한 사람들이 출퇴근하면서 이용한 서민들의 길이다. 서민들이 부산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길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었고 삶과 애환이 담겨 있는 철길이다. 관광지화되고 상업화되는 순간 그 길은 길로써 생명을 다할지 모른다. 삶의 길이 아니라 돈을 버는 수단이 될 것이다. 1934년 이래 애환이 깃든 추억과 역사와 전설이 있는 길이 아니라, 장사꾼과 관광객의 길이 될지 모른다.

송정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고, 도심 속 간이역인 동래역이 철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좌천역, 기장역, 월내역은 곧 철거될 예정이다. 그리고 해운대역은 철도공사가 상업지구로 개발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오래되고 낡은 시간의 흔적은 파괴되면 복원이 불가능하다. 시간이 만들어낸 삶의 흔적들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 한 번 철거된 간이역은 복원될 수 없다. 건물은 복사할 수 있어도, 세월의 흔적은 복원할 수 없다. 그 흔적들은 기적 소리와 함께 떠난 추억과 같다. 열차가 다니지 않아도 간이역에는 열차 대신 추억이 정차해 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많은 간이역들이 추억을 재생하여 새로운 문화상품을 만들고 있다. 남양주시의 능내역, 전남의 남평역, 전북의 임피역, 경북 봉화의 분천역 등이 그렇다.

어리석음은 항상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고자 하는 데 있다. 철거가 능사가 아니다. 공공미술과 접목한 다양한 이용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철거는 언제나 할 수 있지만 철거된 역사를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을 두고 지나보면, 그 가치가 새롭게 보이고 새로운 탄생이 기다릴지 모른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면 돈보다 더 많은 가치를 두어야 한다. 새로운 것이 항상 좋은 것이 아니다.

동해남부선을 따라 거제역에서 여행 엽서 같은 송정역까지 길을 걷는 공원을 상상해 보자. 도심 속의 공원길을 따라 걸으면 부산의 참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차를 타고 가면 보이지 않는 것들도, 걸으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동네마다 특색 있는 사람 사는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다. 하야리아 공원에서 송정까지 길을 걷는 공원을 따라 노후 주거지를 재생한 공간에서, 보존된 간이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쉬고, 쉬면서 더는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려 보자. 공공예술을 도입하여 있는 그대로를 살리면서도 마을마다 특색있는 공원, 이웃주민과 주민이 길에서 소통하며 걷는 공원을 상상해 보자. 길을 걷는 공원은 주민생활형 공원이면서 삶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부산을 알고 싶으면 길을 걷는 공원을 걸어야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관광자원도 없을 것이다. 시민과 유리된 관광자원이 아니라, 삶의 공간들이 새롭게 태어남으로써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새로운 유형의 공원이 될지도 모른다.

동해남부선의 가장 아름다운 해운대역에서 송정역까지 철길은 다음 달 말 폐선된다. 이곳에 기차가 더는 달릴 수 없기 전에 동해남부선을 타보자. 그리고 생각해 보자. 이 철길을 어떻게 공원화할 것인지.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문링크)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31014.2202619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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