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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권리(KBS, 열린 채널)

 

 

 

- 시청자로부터 닫혀 있던 채널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Public access program)이란 시청자가 직접 방송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는 방송 프로그램의 수용자인 시청자가 직접 능동적으로 방송에 참여하여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중이 가진 권리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으로 KBS의 ‘열린 채널’이 있다. 열린 채널은 매월 시청자가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신청 받고 있다. 방송을 원하는 방송 신청자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제작진이 그 중 우수한 프로그램을 몇 개 선정하고, 소정의 절차를 거쳐 방송으로 내보낸다. 열린 채널과 같은 이러한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은 미디어가 우리 생활 깊숙하게,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은 오늘날에 있어서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른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프로그램 내용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에 반해,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은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해 그들의 사상과 신념을 전달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시청자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널리 알림으로써 단순히 주어진 메시지만 받아들이는 수동적 수용자에서 참여적인 능동적 수용자의 입장을 가지고 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에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 이토록 우리에게 중요한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 정작 시청자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현재 열린 채널의 시청률은 명절과 같은 큰 변수를 제외하면 평균 3% 대이다.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의 권리가 이처럼 매우 저조한 성적을 보여주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 쉽게 열리지 않는 채널

먼저,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인 열린 채널의 문제점 중 하나는 방송 신청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 그 자체에 대한 것이다. 열린 채널에 방송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방송 관련 지식이 습득된 전문 방송인이 아닌 탓에 방송에 부적절한 장면이나 대화가 프로그램 중간에 나올 수 있기 마련이다. 또한, 매스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어지는 방송 프로그램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검열이 필요하다. 하지만 보호를 위한 장치는 자칫,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족쇄가 되기 십상이다. 열린 채널은 프로그램 길이를 장편(26분), 중편(15분), 단편(7분)으로 규정해 놓았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방송 신청자가 15분 내외의 자신의 프로그램을 신청했을 경우에 중편이 아닌 단편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열린 채널은 신청된 프로그램을 몇 가지 등급(SA급, A급, B급, C급)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방송 편성에 활용한다. 이에 따라 신청된 프로그램의 등급이 각각 매겨지고, 편성을 위해 방송 신청자에게 재편집 요청을 한다. 따라서 방송 신청자가 신청 당시에 중편에 해당하는 길이의 프로그램을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검열에 의해 본래 방송 신청자가 의도한 프로그램의 길이가 다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방송 신청자가 제작 당시 15분 내외를 염두하고 제작하였는데, 방송 프로그램 등급에 의해 7분 내외로 편집을 다시 하란 요청을 받으면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그 메시지의 정도가 옅어지고 묽어지는 것은 두말 할 것 없다.

 

방송의 특성상 편성 시간대과 그 프로그램(열린 채널)의 길이에 맞춰 편집되어져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방송 신청자가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할 시간을 빼앗기는 일은 결코 없어야한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이며, 시청자의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정확하고 분명하게 알릴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법으로써 최근 등장한 소셜 미디어와의 유동적인 연계를 들 수 있다. 열린 채널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대단히 낙후되어있다. 시청자 게시판이 있지만, 그마저도 시청자들의 요구나 방송을 보고난 뒤의 느낌보다 방송 신청자들의 질문이 거의 전부이다. 즉, 다시 말해서 열린 채널과 시청자, 그리고 방송을 신청하는 시청자 간의 피드백(Feedback)이 대단히 부족하다. 방송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이미 올드 미디어(Old media)가 된지 오래다. 시대의 흐름에 부응해야한다.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와 연계를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미디어란 것은 본래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게 되면, 전에 있던 미디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텔레비전이 있는 지금 영화란 것이 어떻게 존재하겠는가. 이제는 새롭게 등장한 혁신의 아이콘과 함께 퍼블릭 액세스가 실현되어야한다. 신청된 프로그램이 열린 채널의 편성 시간과 길이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프로그램 길이가 줄어들어 텔레비전으로 방송 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더라도, 영화도 배포판(Distribution Cut)과 감독판(Director’s Cut)이 따로 있듯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다면, 방송 신청자가 제작한 그대로 원본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 소셜 미디어의 성격 상, 열린 채널과 시청자 간의 활발한 피드백,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은 말할 것 없이 자유로워질 것이다.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동시에 시청자가 시청자의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를 하나의 틀에 맞춰야 할 필요는 없다. 시청자의 자기 의사 표출은 대중에게 유해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하고 또한 공론화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적인 것이고, 진정 시청자에게 방송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누군가에게만 열린 채널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만큼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다. 열린 채널은 신청된 프로그램의 방송 여부 이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보장해야한다. 현재 열린 채널의 경우, 대부분의 방송 신청자는 젊은 시청자 층이다. 특히 영상 제작과 관련된 학과의 대학생이 제작한 프로그램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데, 이들은 전문 방송인은 아니지만 일반 시민보다는 제작 기술이나 지식, 제작 여건에 대한 접근성이 다소 유리하다. 따라서 관련 학과 대학생이 제작한 프로그램이 열린 채널을 통해 많이 방송된다고 사료된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 선정 행태는 자칫 대학생의 ‘스펙 쌓기’에 그칠 수 있다. 또한 경연과 같은 이러한 프로그램 선정 행태는 민주적인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과연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표출할 수 있는 시청자가 비단 젊은 시청자 층뿐인가. 일반 시민들이 사회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이야기하고, 변화를 촉구하며 개혁을 요구하고, 심지어 사회적으로 공론화 될 만한 중요한 사안을 담은 그들의 프로그램이 영상학적인 점에 있어 대학생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제작 기술과 능력 때문에 가려질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의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의 경우, 검열과 제한이란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아 선착순으로 신청된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우리나라의 반쪽짜리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이다. 일반 시민이 제작한 프로그램이 소외된 채, 잘 만들어진 대학생의 프로그램만을 방송 한다면 이것 또한 시청자의 권리에 반하는 행위이며, 대학생의 이력서 한 페이지를 장식할 도구에 불과한 것이며,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라는 의의를 잃는 것이다.

 

프로그램 제작 기술과 능력이 조금 부족하지만 좋은 내용의 메시지를 가진 이들의 프로그램 또한 열린 채널에서 수용되어야한다. 여기에 대한 해답을 가장 비유하기 좋은 것은 바로 ‘오디션’이다. 적어도 열린 채널은 방송 프로그램 선정에 있어서 이러한 오디션의 형태를 빌리는 것이 대단히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신청 부문을 다양하게 나누는 것이다. 오디션에 참가하는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참가하는 부문이 있다. 그 어떤 심사위원도 발라드 가수에게 랩이나 춤을 시키진 않는다. 마찬가지인 것이다. 단편 영화, 다큐멘터리와 같이 장르의 부문을 나누거나 중‧고등부, 대학부, 일반부처럼 신청 부문을 나누고, 각 부문마다 일정 수의 신청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방송한다면, 대학생말고도 다양한 시청자 층의 사상과 신념을 담은 프로그램을 방송으로 내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을 위해 우리나라 각 도시에는 퍼블릭 액세스를 실현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설이 있다. 영상 미디어 센터나 시청자 미디어 센터가 그것이다. 이름은 제각기 달라도 그 목적은 다르지 않다. 열린 채널 경우에 이들과의 긴밀한 소통이 절실하다. 이러한 시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많은 일반 시민들이 있다. 이들의 프로그램을 더 많이 방송한다면 더욱 큰 퍼블릭 액세스 실현 효과를 가져다 올 것이며, 시청자가 잘 봐야할 것을 놓치고 시청자가 잘 보는 것만을 선택하는 우는 적어도 범하지 않을 것이다.

 

 

 

- 눈과 귀가 닫힌 채널

 

열린 채널과 일반 시민의 관계는 어떠한가. 이 둘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는 퍼블릭 액세스 실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일반 시민들이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큰 경로 중 하나는 바로 앞서 말했듯 미디어 센터와 같은 각 도시의 퍼블릭 액세스 시설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왜 퍼블릭 액세스 시설을 이용하여 제작한 일반 시민의 프로그램이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에 많이 방송되지 않는가. 이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와도 관련이 깊다.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과 퍼블릭 액세스 시설과의 교류가 적기 때문이다. 퍼블릭 액세스 커뮤니티는 더욱 체계화되고 조직화되어 거대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상호 유기적인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생산과 소비가 시청자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일치하기 때문에,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 3의 물결>>에서 언급한 생비자(Prosumer)의 개념에 가장 적합한 예가 될 수 있다. 현재 ‘시청자 위원회’와 같은 조직이 있지만 퍼블릭 액세스를 실현을 목적으로 하기엔 다소 애로사항이 있다. 우선, 시청자와 같은 일반 시민 전부가 직접 발언권을 획득하는 모두의 공공 커뮤니티가 아니며, 또한 방송국 내에서 존재하는 다소 제한적인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퍼블릭 액세스 커뮤니티의 실현은 열린 채널과 같은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 직접 담당해야한다. 그들이 직접 만든 커뮤니티가 시청자의 권리와 의식을 보장해야한다. 퍼블릭 액세스 시설에서는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강좌도 개최하고 있고 해가 지날 때마다 강좌를 수강한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기술적인 측면은 충분히 교육을 통해 뒷받침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반면에 시청자의 권리와 의식을 교육할 커뮤니티가 너무나도 적은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열린 채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꽤 있다. 또한 나의 사상과 신념이 왜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져야 하는지,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그 필요성조차 못 느끼는 사람이 많다. 열린 채널은 이러한 일반 시민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경로를 숙지하고 있어야할 것이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시청자의 권리와 의식에 대해 교육하는 것은 미디어 리터러시 운동(Media Literacy)과 퍼블릭 액세스 실현을 동시에 이루는 것이다. 이는 시청자의 권리를 미디어라는 무기로써 지켜내는 퍼블릭 액세스 예비군과도 같다. 신청한 프로그램의 방송만이 끝이 아니라 타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과 다양한 미디어 시설과의 연계,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관련 인재 육성 등, 중요한 메시지는 시청자 모두가 알 수 있도록 공론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커뮤니티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 카페와 같이 회원제의 형태로 실시하여 누구나 사회적 발언권을 가져야한다. 방송이 되지 않은 신청 프로그램은 상영회와 같은 형태로 얼마든지 대중에게 시청자의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서로의 의견을 나눌 커뮤니티를 형성되고 그 안에서 시청자의 권리를 시청자 스스로가 보호하도록 하는 것이 퍼블릭 액세스의 바람직한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의 퍼블릭 액세스가 완성되었을 때, 비로소 시청자가 자신의 권리를 단순히 수용하는 것(Audience)에서 그치지 않고 사용하는 것(User)으로 뒤바뀌는 것이다.

 

 

 

- 곧 열릴 채널

 

오늘날 적어도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 퍼블릭 액세스라는 개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2001년 열린 채널이 처음 방송된 이후, 시청자가 직접 만든 수많은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시청자의 권리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의 역사가 점점 길어진다는 것은 오늘날의 시점으로 볼 때 매우 좋은 결과다. 다만 지금과 같은 모습에서 그친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문제점의 해결책 말고도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대를 옮긴다던지, 편성의 전략을 달리 하는 것이다. 시청률을 고수하기 위해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은 방송의 프라임 타임에 편성되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일 년에 단 하루라도 특별 편성을 실시하여 시청자의 권리와 의식에 대해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많이 쓰이는 언어로써 ‘갑’이 있다. 대개 최고라는 뜻을 지니거나 어느 한 상황에 있어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반대로 ‘을’도 있다. 열린 채널은 갑의 위치에 있다. 방송을 원하는 사람이 열린 채널에 자신의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그가 자연스레 을이 된다. 열린 채널과 방송 신청자는 갑과 갑의 만남이어야한다. 열린 채널의 제작진은 신청된 방송 프로그램의 편성에 있어 시청자의 권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이고 사명이라는 공무 수행의 태도를 지녀야할 것이다. 방송이라는 것에 있어 일반 시민보다 많은 것을 알고 우수한 지식을 가진 이들이 신청만을 받을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몸소 움직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열린 채널이 변한다면 우리나라의 시청자 권리는 크게 향상되고 증진될 것이다. 더욱 희망적인 것은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언급되었던 해결방법을 수행하는데 큰 사회적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천히 시작하더라도 비교적 빠르고 손쉽게 대한민국에서 퍼블릭 액세스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모든 시청자의 권리와 의식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열린 채널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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